올해 들어 입찰 결과 데이터를 다시 정리하다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업종, 같은 금액대 공고인데 낙찰 구간이 작년과 다른 자리에 가 있습니다. 평균 낙찰가율이 위나 아래로 밀렸고, 낙찰된 투찰가가 낙찰하한선에 붙는 정도, 즉 낙찰하한 근접도도 달라졌습니다. 시장이 조용히 한 칸 옮겨 앉은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작년에 통했던 투찰 감각을 올해 그대로 재사용하면, 열심히 넣어도 구조적으로 집니다. 낙찰 구간이 한두 건 흔들린 게 아니라 통째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구간 안에 있던 내 고정 투찰가가, 지금은 구간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한 건이 아니라 같은 유형 공고 전부에서 같은 이유로 지는, 전패의 구조입니다.

더 곤란한 건 시간입니다. 공고는 매일 쌓이는데, 한 건씩 낙찰 시나리오를 돌려볼 여유는 없습니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우선순위가 서지 않으니, 결국 작년 감으로 아무 데나 넣게 됩니다. 그 감이 이미 시장에서 벗어났다는 게 핵심입니다.

작년과 올해의 낙찰가율 분포가 통째로 이동한 것을 비교하는 차트 이미지

1단계. 낙찰가 분포가 어디로 갔는지부터 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투찰 범위를 손보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최근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나와 같은 업종·금액대의 낙찰 결과를 모아 낙찰가율 분포를 그려봅니다. 그리고 작년 같은 기간과 나란히 놓습니다.

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분포의 중앙값이 몇 %포인트 움직였는가. 둘째, 낙찰가가 낙찰하한선에 얼마나 바짝 붙었는가. 가령 작년 평균 낙찰가율이 81%대였는데 올해 80% 초반으로 내려왔다면, 구간이 아래로 0.7~1.0%포인트 이동한 것입니다. 적격심사처럼 투찰가가 소수점 아래에서 갈리는 판에서 이 폭은 결정적입니다. 내 고정 투찰가가 그 위에 떠 있으면 계산상 이미 전패입니다.

여기서 진단이 끝납니다. 내 평소 투찰 범위가 새 구간 안에 드는가, 이미 밖으로 나갔는가. 밖으로 나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2단계. 공고를 '이길 확률'로 다시 줄 세운다

공고를 마감일 순서로 여는 습관을 버립니다. 지금 필요한 정렬 기준은 이길 확률입니다. 새로 확인한 낙찰 구간을 기준으로, 내 투찰 가능 범위가 그 안에 드는 공고를 위로 올립니다.

판단은 세 가지를 봅니다. 내 원가 하한이 새 구간 안에 들어오는가, 예상 경쟁 강도가 감당할 수준인가, 발주 물량이 내 실적과 맞는가. 원가 하한이 새 구간보다 높은 공고는 아무리 넣어도 못 이깁니다. 미련 없이 접는 칸으로 내립니다. 반대로 내 범위가 구간 한가운데를 지나는 공고는 이길 여지가 큽니다. 여기에 시간을 씁니다.

이 정렬만 해도 열어볼 공고와 접을 공고가 갈립니다. 감으로 전부 붙잡는 대신, 이길 수 있는 판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3단계. 낙찰 예측 분포에 맞춰 투찰가를 A/B로 다시 짠다

위로 올린 공고는 투찰가를 두 갈래로 준비합니다. 하나의 숫자에 목매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A안은 안정권입니다. 새 낙찰 구간의 중앙값 근처에 둡니다. 승률은 중간이지만 수익은 지킵니다. B안은 공격권입니다. 낙찰하한 근접도가 높아진 시장이라면, 하한선에 더 바짝 붙입니다. 승률은 올라가지만 마진은 얇아집니다. 공고의 중요도에 따라 A와 B 사이에서 고릅니다. 반드시 따내야 할 판이면 B, 수익이 남아야 의미 있는 판이면 A입니다. 작년처럼 한 자리에 고정하지 않는 것, 그게 구간 이동에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4단계. 상위 공고에만 시간을 몰아주는 재배치 루틴

이제 시간을 다시 배분합니다. 2단계에서 위로 올린 상위 공고에 검토 시간을 몰아주고, 접은 공고에 쓰던 시간은 회수합니다. 모든 공고를 똑같이 들여다보던 습관을 끊는 것만으로 검토 밀도가 올라갑니다.

문제는 이 재정렬을 수기로 매번 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공고마다 승률을 손으로 계산할 시간이 실무에는 없습니다. 이 대목이 도구의 자리입니다. 비드라온 전략수립의 입찰 시뮬레이터는 투찰가 시나리오별 낙찰 확률을 예측합니다. 낙찰 예측 차트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격 분포를 보여줍니다. 투찰가 가이드는 낙찰하한율과 예가 추정을 근거로 권장 범위를 제시합니다. KPI 대시보드는 투찰 건수와 낙찰률, 수주 금액 추세를 한눈에 정리합니다. 손으로 하던 계산을 화면 위에서 처리하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올해 전패의 원인은 실력이 아니라 자리입니다. 낙찰 구간이 통째로 이동했는데 작년 투찰가를 그대로 넣었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분명합니다. 분포 이동을 확인하고, 공고를 승률로 다시 줄 세우고, 투찰가를 A/B로 나눠 잡고, 이길 판에 시간을 몰아줍니다. 오늘 당장 할 일은 하나입니다. 최근 낙찰 결과를 작년과 나란히 놓는 것입니다. 구간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는 순간, 무엇부터 넣어야 할지도 함께 보입니다.